[대법원, \'주식기부 과세\' 명확한 기준 제시]
“편법 상속을 위한 악용은 막되 선의의 기부는 살린다.”
평생 모은 재산을 주식 형태로 장학 재단에 기부했다가 기부액보다 더 많은 증여세 225억원 폭탄을 맞은 황필상(70)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지난 20일에 열린 대법원 재판에서 이겨 세금을 안 내도 될 것으로 보인다.
대법원은 황필상 전 대표의 사건 판결을 통해 \'주식 기부 과세(課稅)\'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.
공익 법인에 회사 주식을 일정량 기부한 사람이 재단의 이사 선임이나 정관 작성 등 재단 설립에 개입하고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우로 판단될 때만 해당 주식 기부 행위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. 이날 대법원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, 대법관 11명이 참여한 대법원의 최고 재판 기구인 전원 합의체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. 양 대법원장을 비롯한 9명이 \'세금 부과 부당\' 쪽에 섰고, \'세금 부과는 정당하다\'는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고작 3명에 불과했다.
대법원의 판결은 공익 재단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때는 전체 발행 주식의 5%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상속•증여세법이 장학•구호 사업 등을 위한 순수한 기부까지 봉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대법관들의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다. 대법원 관계자는 \"세무 당국이 공익 재단 기부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때 고려해야 할 구체적 조건과 원칙을 제시해줌으로써, \'기부\'를 악용해 편법적으로 경영권 승계나 재산 세습을 하는 행위도 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될 것\"이라고 했다.
대법원은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2심 판결이 나온 후 5년 7개월여 만에 결론을 내며 \"법 해석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의의 기부는 장려하고 제도의 편법적 남용은 견제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두고 대법관들이 고심해왔다\"는 것이 지금까지 재판이 늦어진 이유라고 밝혔다.